고양이의 보은 上 야옹, 작은 소리였지만 오이카와의 귓가에는 똑똑히 들렸다. 그날은 드물게 오이카와 혼자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기에 걸음을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. 화단에 몸을 반쯤 숨기고 있던 고양이는 오이카와와 눈이 마주치고 그가 다가오자 놀란 듯 반걸음 물러섰다. 그가 뒤를 돌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. 늘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...
감기 :: 011이곳에서는 들을 일이 없다고 생각한 이름이었다. 아니, 이름이 아니라 만날 리가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. 쿠로코는 당황해서 눈을 깜빡거릴 수밖에 없었다. 아르바이트생이 채근하지 않았다면 아마 몇 시간을 그렇게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. 그녀의 눈빛을 따라 카운터로 시선을 옮기자 낯선 등이 보였다. 모자를 쓰고 있어서 다행히 아...
감기 :: 010 오랜만의 카페 출근이었다. 사람들이 꽤 많은 곳에 위치해, 많은 매출을 자랑하는 카페는 키세의 매니저를 하기 전까지 쿠로코의 유일한 직장이었던 곳이었다. 물론, 지금 또한 그의 직장 중 하나이기도 했다. 사장님, 하며 건네는 인사는 유난히 반가운 빛을 띤다. 보통은 일주일에 두세 번 불러가던 때와는 달리 달이 넘도록 오지 못했기 때문일 것...
감기 :: 009옷을 빨리 입으라는 채근은 입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. 자신의 일을 끝낸 쿠로코는 가만히 키세의 응시하고 있었다. 쿠로코 자신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, 키세에게는 아니었다. 가끔 키세조차도 속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이기에 옷을 여미는 손길이 빨라졌다.[다 끝났습니까.][네, 에.]뒤를 끄는 것은 곤란하다는 증거였다. 늘 당당한 키세가 ...
감기 :: 008키세의 모습 매니저는 다시 한 번 눈을 밝혔다. 어제의 숨 막히는 존재감이 다시 스튜디오 안으로 모습을 내보인 것이다. 이번에는 상대의 존재감을 일부러 상기시키지 않아도 되는 단독 촬영이 있는 날이기에 신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. 거기에 키세의 상태를 본 디렉터가 영상 메이킹의 카메라까지 비싼 것으로 바꾸니, 공개 날이 기대가 되는 모...
감기 :: 007여우를 뜻하는 키즈네와 이나리.지금에 와서는 거의 다리지 않는 뜻으로 사용된다고 해도, 사실 그 시작은 판이하게 다른 단어들이었다. 만일 남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유난이라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, 키세는 적어도 사실을 알고 있는 이에게 만큼은 단어 사용에 대해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. 그것을 알기에 보통 때라면 어리광...
감기 :: 006콧노래까지 부르며 거실로 향하는 키세의 발걸음은 얼핏 보면 즐거운 듯 가벼워 보였다. 하지만 자세히 본다면, 미묘하게 힘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. 집안에 들어 온 것으로 긴장이 풀려 쓰려졌던 주제에 아무렇지도 않는 척을 하고 있는 것이다. 이야기를 꺼낸다고 해도 괜찮다며 더 무리 할 것을 알기에 쿠로코는 허물이 벗겨진 듯 내쳐진 옷들을...
감기 :: 005눈가를 가린 손을 타고 낮은 으르렁거림이 울리는 듯 했다. 밀착된 몸에서 울리는 진동이 느껴지는 것이리라. 자신의 상황을 눈치 챘는지, 키세가 손을 들어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는 쿠로코의 손등을 쓰다듬었다. 조금 쳐진 어깨와 다물어진 입술로 보건데, 자신의 잘못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. 이는 다시 말해, 쿠로코가 짐작한 예상이 맞았다는 ...
감기 :: 004유난히 빛이 난다고, 키세를 보는 이들이 이야기를 했다. 그것의 처음은 매니저였다. 키세를 본 순간 푹 쉬었냐며 반색을 한 것이다. 잡지의 커버를 담당하는 것도 크다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저녁의 스케줄은 그것보다 조금 더 큰, 옥외간판에 쓰일 광고 이미지를 촬영하는 것이었으니까,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. 그리고 자연스럽게 쿠로코는 언...
머리를 쓸어 넘기는 것으로 인터뷰는 다시 시작되었다. 그리고 웃음은 더욱 나긋해졌다. 오랫동안 함께했던 매니저는 딱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철벽을 치고 있는 모습이었다. 화려하고 다정한 표정은 사람을 홀리지만, 결코 다가갈 수 없게 하는 무엇인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. 카리스마, 사람들이 그리 이야기하는 아우라였다. 처음 저 표정을 봤을 때 그에게 말을 걸었...
감기 :: 002새롭게 잡힌 스케줄은 간단한 인터뷰였다. 그것도 메이저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의 낙은 코너. 거기에 주인공은 온전히 키세 료타였다. 갑작스럽게 잡힌 스케줄이건만 매니저가 거절을 못한 이유가 있었다. 인터뷰 정소로 가는 동안 심기가 불편함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이던 키세는, 그러나 현장에 도착하는 즉시 그 표정을 지워냈다. 달콤하고 ...
*뼈대가 되는 단편은 "이곳"에서 확인해주세요. 감기 :: 001전화를 받지 않았다. 몇 번이고 응답이 없는 번호들을 응시하다, 결국은 엘리베이터로 향하게 된다. 중, 고등학교를 모두 운동부에 들었지만 늘 아침잠에 약하다. 그때에는 어떻게 잘 나갔을까,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씩 늦었던 것 같기도 했다.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, 오늘도 익숙한 번호를 누른 쿠로코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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